지구촌 이야기

내가 경험한 한인민박과 선택시 고려사항 :: 2014년 9월 18일 오전 02:48

타이거뉴스 2014. 9. 18. 02:49




여행정보/숙소편…내가 경험한 한인민박과 선택시 고려사항
아빠와 떠나는 자동차 유럽여행 2014/09/16 20:16
식구들과 자동차로 유럽을 구경한 뒤 여러 질문을 받았다. 그 중 하나가 여행정보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한번 정리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숙소였다. 장기간 여행 때 저녁에 잠자리가 불편하면 여행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좋은 숙소를 고르려면 이용후기에 단점을 잘 살펴보면 좋을 듯

사전에 숙소를 고를 때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구할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꼈지만 인터넷 정보가 다분히 주관적이고 어떨 때는 너무 소소한 것들까지 상세하게 다뤄 시간은 많이 투입됐지만 의사결정은 도리어 힘들게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정보의 바다에서 내게 맞는 정보들을 선택하는 노하우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숙소를 선택할 때는 먼저 이용후기에서 단점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단점이 내가 감내할 수 있을 정도면 그리 후회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것은 한 없이 좋을 수 있지만 조그만 단점 하나가 그 숙소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 있고 그 도시에 대한 느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사진빨’에 속기 쉽기는 하지만 사진이 없는 곳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화장실과 샤워실 사진이 중요한 것 같다. 방보다는 화장실에서 장단점을 팍팍 느꼈기 때문이다. 사진빨에 속지 않으려면 가구를 유심히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침실의 경우 침대를 제외한 공간을 보면 답답할 것인지, 좀 여유로울 것인지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와이파이는 숙소 어디서나 됐다. 와이파이보다는 TV가 있는지 없는지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TV가 있다면 호텔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이는 중년의 아이들 아빠가 가족과 다닐 때의 경우다. 젊어서 여행하는 고생은 참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과 궁상맞지 않게 다닐 때 말이다. (개인마다 취향이나 다르고 경험이 달라 어느 숙소가 좋은지에 대한 의견이 갈릴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한인민박의 좋은 점

우리 가족은 런던(3박), 파리(3박), 브뤼셀(2박), 뮌헨(3박), 밀라노(1박), 베네치아(1박), 피렌체(1박), 로마(4박)에서는 한인민박집을 이용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기업체 주재원으로 파견된 선배의 집에서 2박을 했다. 암스텔담(2박), 퀼른(1박), 루체른(3박)은 호텔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숙소를 정하는 원칙은 한인민박이었다. 한달을 객지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워질 수 있는 밥, 김치, 국이라는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라면같은 간식도 얻을 수 있다. 또 여행정보를 얻거나 사고 등 비상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기준에서 보자면 한인민박을 선택한 것은 잘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았던 단점도 있었다. 민박집마다 수준이나 만족도에 대한 차이가 너무 컸다.

뮌헨 팬션마루안, 브뤼셀의 그린하우스가 가장 좋았다.

■내가 브뤼셀을 좋아하게 된 것은 숙소도 한몫했다

런던에서는 1존에 위치한 테임즈민박에서 생활했다. 런던 시내구경의 필수코스인 웨스트민스터사원을 시작으로, 버킹엄궁, 국회의사당, 빅벤, 런던아이라 할 수 있는데, 숙소에서 웨스트민스터사원은 2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지하철 핌리코역에서는 10~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민박집 주인장이 친철하고 싹싹하다. 남자 분이셨는데 음식 솜씨도 좋다. 둘째날 먹은 비빔밥은 정말 일품이었다. 우리가족은 3인 가족실을 사용했지만 좁았다. 반지하라였는데 사실 처음에 땅밑으로 짐을 내릴 때는 당혹스러웠다. 그때 가난하던 옛일이 생각났다. 그러나 햇볕은 잘 들었다. (아이들은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이곳은 대학생이나 배낭여행객에게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나같이 중년에 가족들과 다니는 경우는 좀 안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기착지인 파리에서의 한인민박은 민박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동포 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관리인 아저씨의 말투가 좀 어색하기는 했다. 그건 뭐 적응의 문제인데, 한국에서 일반화된 서비스 기준으로 하면 낙제점이었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기간에는 이곳에서 손님과 관리인 아저씨 사이에 싸움까지 났다. 방은 그런대로 넓었는데, 샤워장은 좁고 깨끗하지 않았다. 내가 이틀째 묵던 날 새로 입실한 한 젊은 여행객은 샤워실에 30분 정도 갇혀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야심한 시간이지만 망치와 니빠(정확한 공구 용어를 모르겠다)로 아예 문을 뜯어내느라 소음이 심했다. 한창 '경영권 분쟁' 와중이라 관리인은 욕을 해대면서 작업을 했다. 아침식사가 한식이 아니라 빵과 시리얼이었다. 여행기에서 ‘파리 탈출’이란 제목을 단 것은 숙소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으리라. 숙소 전용 주차장이 없어 인근(걸어서 한 10분) 딱지 끊지 않는 도로가에 차를 세웠다.

그러다가 다음 목적지인 브뤼셀의 한인민박 ‘그린하우스’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너무 좋았는지 모르겠다. 브뤼셀로 진입하는 동안에도 ‘와~ 숲이 이렇게 어우러진 곳이 있나’하는 감동을 받았는데, 그런 전원마을 같은 곳의 예쁜 동화속 집이었기 때문이다. 테라스와 마당 주변에 나무, 이웃집과의 알맞은 거리 등 조용하면서도 그렇다고 적막하지도 않은 집이었다. 큰 딸은 “나도 이런 곳에서 살 거야. 브뤼셀에서 살 거야”를 연신 쏟아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다 싶을 정도였다. 원래는 골프민박집으로 개념을 잡았단다. 즉 주인내외분이 인근에 골프회원권이 있어 골프장을 예약하고 숙소도 운영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린’위의 집이라는 명칭을 삼은 것이다. 샤워장이나 화장실은 공용이었지만 깨끗했고 넓었다. 수건도 준다. 숙박객을 원칙적으로 많이 받지 않는다. 서비스의 질과 청결도 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분들은 그러니까 생계를 위해 숙박업을 하는 게 아니어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주차장도 넓었다. 또 사모님의 음식 솜씨도 일품이어서 아침밥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빨래는 2박 이상일 때 가능하고, 요금은 5유로였다. 오후 4시인가 이전에는 절대 체크인이 불가능하다. 또 숙박객이라도 오전 10시~ 오후 4시까지는 집에 남아있으면 안된다. 사장님 내외분들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여행왔으면 돌아다녀라라는 것이다.









■팬션 마루안은 최고급 호텔수준의 서비스와 시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숙소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뮌헨의 펜션 마루안이다. 객실마다 화장실이 있는 유일한 민박집이었다. 방마다 TV와 냉장고도 있었는데, 자동차여행객처럼 짐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좁지 않았다. 방이나 정원, 주차장도 넓직했다. 수건도 매일 지급하고 청소도 매일한다. 집사람과 막내가 합류해 방을 두 개로 잡았지만 5인 가족실도 있다.

식사도 일품이다. 아침에 모든 투숙객들이 모여 밥을 먹는데, 반찬이며 디저트며 하나도 남김없이 3일을 다 먹었다. 사장님은 일본어도 능숙했다. 사장님과 함께 식사와 청소 등 일하시는 여자분이 한 명 있었는데 일본 사람이었다.

추천하는 관광코스도 다양하고 알차다. 내가 한인민박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인 사건사고에 대한 처리가 수월하다는 장점도 여기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여행기에 써 놓은 것처럼 레고랜드 정문 앞에서 바우처를 숙소에 놓고 왔다는 것을 알고 난처해 있었을 때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전달받아 무리없이 입장할 수 있었던 것도 한인민박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곳도 오전에는 체크인이 불가능하다. 단점은 간단한 손빨래 외에는 빨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인근 세탁방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네치아 비발디민박이 기억에 남아

이탈리아에서는 4곳의 도시에서 민박을 했다. 우선 밀라노의 패밀리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밤 늦게 도착해서 아침 먹고 짐을 싸놓고 시내구경을 다녔다. 잠자리는 좀 불편했다. 침대나 내부구조가 좀 낡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주인장과 관리인들은 무척 친절했다. 조선족 분들이였다. 아침 식사뿐 아니라 바나나 포도 등 과일도 풍성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차기계에서 1시간 단위 티켓을 끊어 차 앞에 놓는데, 시내구경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전화로 집앞에 주차된 차에 티켓을 더 끊어 올려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주기도 했다. 5인 가족실이 있어 좋았다. 3층에 숙소가 있었는데, 2층에도 다른 한인민박집이 있었다. 짐을 나르기가 좀 힘들었지만 이곳 분들이 직접 옮겨줘 고마울 정도였다.

밀라노에서 베네치아에 도착해 묵은 곳은 비발디민박이었다. 사장님 내외분은 쾌활하고 시원시원했다. 돈보다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셔 민박을 하게 됐단다. 취학전 아이들에게 계속 한국문화를 잊지 않게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민박의 차이는 그런 것 같다. 생계형으로 하는 곳과 생계보다는 여유롭게 살면서 한국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같은 걸 원하는 곳은 여러모로 차이가 많았다. 이곳 사장님도 후자였다. 성수기라도 손님을 무리하게 받지 않는 집이었다. 또 사장님은 전문 여행 가이드 못지 않은 여행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숙소에서 베네치아 섬으로 가는 버스도 많았고, 거리도 가까워서 여행하기 편했다. 또 주변 맛있는 피자가게도 추천해줬는데, 거기서 먹은 피자가 이탈리에서 맛본 피자 중 가장 맛있었다.

피렌체에서는 ‘피렌체 가까운 민박’에서 묶었다. 이곳 사장님도 조선족 분인 듯했지만 서울말투에 가까웠다. 사장님도 친절하셨다. 규모가 제법 되는 곳이었지만, 좀 낡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보니 호텔이라고 써 놓은 숙소도 비슷한 곳이 많았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시내 주요 관광명소와 가까워 두오모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등 걸어서 구경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사장님이 추천하는 코스대로 3시간 정도 다니면 피렌체 주요 명소를 알차게 볼 수 있었다. 1박만 했으므로 아침먹고 체크아웃을 해야했는데 짐을 오후 늦게까지도 맡아주었다. 밥값만 내면 저녁까지 먹고 출발할 수도 있었다. 좀 아쉬운 점은 숙소에 주차장이 없어 인근 사설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는데, 할인을 받았어도 좀 비쌌다.

로마에서는 펠리체 민박집에서 4일 지냈다. 이곳은 5인 가족실이 있었는데, 전용 화장실이 있어서 편했다. 시설도 쾌적한 편이었다. 아침이 제공됐고 저녁은 주방을 이용해 간단히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식사메뉴는 이곳에서 한식당을 운영했던 경험때문인지 맛있고 푸짐했다. 단지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먹는 걸 그릇으로 바꾸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용 주차장은 없었지만 숙소 바로 앞 고가도로 밑에 주차를 했다. 주차비 걱정이 없었고 견인이나 도난 파손 등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

로마에서 지내면서 가이드투어를 신청을 했는데 대부분 테르미니역에서 집결했다. 숙소에서 테르미니역을 가려면 버스를 타야했는데 거리가 좀 멀었다. 첫날 로마시내투어를 마치고 테르미니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성수기였던데다 독일에서 온 학생 단체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차안은 비명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버스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안내방송이 없었다.